2010년 04월 13일
등산화
옛날에는
군화면 최고로 치고, 미군 군화면 초레어라고 했단다
심지어 암벽등반을 할 때도 군화를 신고하면 엄청난 아이템을 장착한 만렙이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5,60년대 이야기다 먹을 것도 없는 데 산에 가는 미친 놈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슬픈 사실이 하나 있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시절부터 시작해보자
최초의 기억은 80년대다
그 때는 가장 범용이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가죽 중등산화였다
수제도 많고 K2에서 양산한 스타일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K2도 수제 등산화를 만들다가 잘팔려서 공장을 만든 회사로 알고 있고, 당시 돈벌어서 현재 덩치의 기반을 이룬 걸로 안다)
그 때는 등산화를 신었다고 하면 무조건 가죽 중등산화였다 다른 건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란 것이 희박하다
홀로 따져보자면 가죽 중등산화가 과거 알프스 지방의 기본적 아이템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니커바지에 스타킹에 중등산화. 등산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대중에게 퍼지자, 그게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순정만화의 주인공의 외모가 모두 유럽풍인 것에 견줄만한 상황이다

상황은 한번 더 바뀐다
이제 대세는 트렉스타다 그것도 경등산화다
경등산화는 가볍다 그리고 편하다 이건 중등산화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다
90년대에는 왕년에 등산해본 아저씨 아니면 중등산화를 신지 않는다 중등산화는 화석이 됐다
이건 일견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홀로 따져보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때가 에베레스트 등정이 대중화되는 시기였다
고상돈은 허영호,엄홍길,박영석에 의해 레전드가 되고, 쌍팔년도 이후로 에베레스트는 엘리베이터만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더이상 니커바지에 스타킹에 중등산화를 입는 이미지가 아니다
그들은 검은 색 등산바지에 가죽이 아닌 경등산화를 신는다
이건 드라마에 나온 목걸이나 스카프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너무 확대해석하는게 아니냐고? 뭐 그럴 수도 있겠다

00년대가 됐다
이제 등산화는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가 '수입'된다
중등산화, 경등산화, 릿지화, 산악마라톤화, 암벽화, 빙벽화, 아쿠아슈즈, 샌들...
심지어는 트래킹화와 어프로치화라는 명칭이 남발되는 수준에 이른다 (릿지화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용도와 소재가 차별화되니 크게 태클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만큼 산에서 하는 활동의 종류가 많아졌고, 인구도 많아졌고, 문화도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만큼 인식의 수준 또한 저열해 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건 우리나라니까 가능한 기현상이다
많이 간다 그렇다 쪽수는 무시무시하다
활동도 다양해지고 그렇다 쌍팔년도보다는 다양하다 암장을 찾는 인구가 늘었고 클라이밍 센터의 회원도 늘었다 겨울에 벌떼처럼 빙벽하는 사람과 철마다 야외로 가는 사람 천지다
그래서 등산 아이템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고 팔리게 됐다
표면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니커바지에 중등화를 걸친 산악인의 이미지를 벤치마킹하는 쌍팔년도의 등산 문화에서 얼마나 바뀐 것일까
이것이 필요에 따른 수요이고 그런 수요에 따른 시장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등산화를 추천하면 대부분 깜장폭폭을 추천한다 싼 건 구리고 수입은 비싸단다
신을 사람이 어떤 산에 어떤 식으로 가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왜냐하면 뻔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벨트는 뭐 확보기 하강기는 뭐 신발은 뭐 대충 정해져있다 전문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 또한 뻔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한다
그래도 '나는 등산을 취미로 하는 등산인이야' '나는 자일 걸고 산에 가고 있어' '나는 특별해'하며
보다 간지나는 아이템을 장착하길 원한다
뭐가 달라진 거지?
.
.
.
엘켑에서 5박 6일 바위를 해도 홀링만 하는 인원에게는 암벽화가 필요가 없다
일주일에 한번씩 북한산 마실가는데 50만원대 중등산화는 사치다
마음먹고 지른 고어텍스 등산화는 비오는 날에는 신지 않는다
중등산화는 중장거리 산행에 적합다고 한다 안그러면 발바닥하고 발목이 뿌러진단다
백두대간하면서 싸구려 경등산화 신은 새끼가 사지 멍쩡하게 산에서 내려왔다 시발 그 새끼는 신이다!
내가 원하고 추천하는 범용 등산화는 이렇다
가벼운 경등산화, 발목은 아주 약간만 올라올 것, 내창은 단단해서 오래 쓸 수 있을 것, 외창의 소재는 중요치 않으나 문양은 살펴봄, 저렴한 소재로 마무리와 확실히해서 내구성을 확보할 것, 고어텍스 절대 없을 것, 통풍이 잘 되는 디자인, 화려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 제조사 로고가 두드러지지 않을 것, 발목보호 깔창은 필요없고 단단하고 얇은 깔창을 하나 더 주면 땡큐.
릿지화 신고 워킹해도 되지만 창이 무뎌서 안 좋음.
그런데 요즘은 사고 싶은걸 사지 못하는 경우다
사고 싶은 걸 팔지 않는다
'나는 이런 걸 하니까 이런 게 필요해'해서 매장가보거나 검색하면 없다
만약 자신만의 스타일에 생겨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해보시라 십중팔구 없다에 내 키보드를 걸겠다
그럼에도 등산화에 대한 소론을 정리하자면 '필요한 것이 생길만한 활동을 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불편마저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의 한 부분이다
기성품만으로 이루어진 삶은 삶이 아니다
군화면 최고로 치고, 미군 군화면 초레어라고 했단다
심지어 암벽등반을 할 때도 군화를 신고하면 엄청난 아이템을 장착한 만렙이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5,60년대 이야기다 먹을 것도 없는 데 산에 가는 미친 놈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슬픈 사실이 하나 있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시절부터 시작해보자
최초의 기억은 80년대다
그 때는 가장 범용이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가죽 중등산화였다
수제도 많고 K2에서 양산한 스타일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K2도 수제 등산화를 만들다가 잘팔려서 공장을 만든 회사로 알고 있고, 당시 돈벌어서 현재 덩치의 기반을 이룬 걸로 안다)
그 때는 등산화를 신었다고 하면 무조건 가죽 중등산화였다 다른 건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란 것이 희박하다
홀로 따져보자면 가죽 중등산화가 과거 알프스 지방의 기본적 아이템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니커바지에 스타킹에 중등산화. 등산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대중에게 퍼지자, 그게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순정만화의 주인공의 외모가 모두 유럽풍인 것에 견줄만한 상황이다

상황은 한번 더 바뀐다
이제 대세는 트렉스타다 그것도 경등산화다
경등산화는 가볍다 그리고 편하다 이건 중등산화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다
90년대에는 왕년에 등산해본 아저씨 아니면 중등산화를 신지 않는다 중등산화는 화석이 됐다
이건 일견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홀로 따져보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때가 에베레스트 등정이 대중화되는 시기였다
고상돈은 허영호,엄홍길,박영석에 의해 레전드가 되고, 쌍팔년도 이후로 에베레스트는 엘리베이터만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더이상 니커바지에 스타킹에 중등산화를 입는 이미지가 아니다
그들은 검은 색 등산바지에 가죽이 아닌 경등산화를 신는다
이건 드라마에 나온 목걸이나 스카프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너무 확대해석하는게 아니냐고? 뭐 그럴 수도 있겠다

00년대가 됐다
이제 등산화는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가 '수입'된다
중등산화, 경등산화, 릿지화, 산악마라톤화, 암벽화, 빙벽화, 아쿠아슈즈, 샌들...
심지어는 트래킹화와 어프로치화라는 명칭이 남발되는 수준에 이른다 (릿지화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용도와 소재가 차별화되니 크게 태클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만큼 산에서 하는 활동의 종류가 많아졌고, 인구도 많아졌고, 문화도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만큼 인식의 수준 또한 저열해 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건 우리나라니까 가능한 기현상이다
많이 간다 그렇다 쪽수는 무시무시하다
활동도 다양해지고 그렇다 쌍팔년도보다는 다양하다 암장을 찾는 인구가 늘었고 클라이밍 센터의 회원도 늘었다 겨울에 벌떼처럼 빙벽하는 사람과 철마다 야외로 가는 사람 천지다
그래서 등산 아이템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고 팔리게 됐다
표면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니커바지에 중등화를 걸친 산악인의 이미지를 벤치마킹하는 쌍팔년도의 등산 문화에서 얼마나 바뀐 것일까
이것이 필요에 따른 수요이고 그런 수요에 따른 시장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등산화를 추천하면 대부분 깜장폭폭을 추천한다 싼 건 구리고 수입은 비싸단다
신을 사람이 어떤 산에 어떤 식으로 가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왜냐하면 뻔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벨트는 뭐 확보기 하강기는 뭐 신발은 뭐 대충 정해져있다 전문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 또한 뻔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한다
그래도 '나는 등산을 취미로 하는 등산인이야' '나는 자일 걸고 산에 가고 있어' '나는 특별해'하며
보다 간지나는 아이템을 장착하길 원한다
뭐가 달라진 거지?
.
.
.
엘켑에서 5박 6일 바위를 해도 홀링만 하는 인원에게는 암벽화가 필요가 없다
일주일에 한번씩 북한산 마실가는데 50만원대 중등산화는 사치다
마음먹고 지른 고어텍스 등산화는 비오는 날에는 신지 않는다
중등산화는 중장거리 산행에 적합다고 한다 안그러면 발바닥하고 발목이 뿌러진단다
백두대간하면서 싸구려 경등산화 신은 새끼가 사지 멍쩡하게 산에서 내려왔다 시발 그 새끼는 신이다!
내가 원하고 추천하는 범용 등산화는 이렇다
가벼운 경등산화, 발목은 아주 약간만 올라올 것, 내창은 단단해서 오래 쓸 수 있을 것, 외창의 소재는 중요치 않으나 문양은 살펴봄, 저렴한 소재로 마무리와 확실히해서 내구성을 확보할 것, 고어텍스 절대 없을 것, 통풍이 잘 되는 디자인, 화려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 제조사 로고가 두드러지지 않을 것, 발목보호 깔창은 필요없고 단단하고 얇은 깔창을 하나 더 주면 땡큐.
릿지화 신고 워킹해도 되지만 창이 무뎌서 안 좋음.
그런데 요즘은 사고 싶은걸 사지 못하는 경우다
사고 싶은 걸 팔지 않는다
'나는 이런 걸 하니까 이런 게 필요해'해서 매장가보거나 검색하면 없다
만약 자신만의 스타일에 생겨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해보시라 십중팔구 없다에 내 키보드를 걸겠다
그럼에도 등산화에 대한 소론을 정리하자면 '필요한 것이 생길만한 활동을 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불편마저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의 한 부분이다
기성품만으로 이루어진 삶은 삶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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